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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각시팝니다.

가문의영광 2014. 9. 17. 22:34

 

 

서방을 팝니다.

 

서방을 팝니다.

헌 서방을 팝니다.

반 백 년쯤 함께 살아 단물은 빠져 덤덤 하겠지만 허우대는 아직 멀쩡합니다.

키는 6척에 조금은 미달이고 똥배라고는 할 수 없으나 허리는 솔찬히 굵은 편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깡통입니다.

직장은 있으나 수입은 모릅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출근하고 밤늦게 용케 찾아와 잠들면 그뿐 잔잔한 미소 한 번 은근한 눈길 한 번 없이

가면 가는 거고 오면 오는 거고 포옹이니 사랑 놀이니 달착지근한 눈 맞힘도 바람결에 날아 가버린 민들레 씨앗된지 오래입니다.

음악이며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이 두눈 감고 두 귀 막고 방안의 벙어리된지 오래입니다.

연애시절의 은근함이며 신혼초야의 뜨거움이며 생일이며 결혼기념일이며 이제는 그저 덤덤할 뿐

세월 밖으로 이미 잊혀진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일 뿐

물방울 속에 아련한 무늬로 떠오르는 무지개일 뿐 억줄기일 뿐

밥 먹을 때도 차 마실 때도 은근한 눈빛 한번 주고 받음 없이 신문이나 보고 텔레비나 보지

그저 담담하게 한마디의 따끈 따끈한 말도없고 매너도 없고 분위기도 모르는지 흔한 맥주 한잔 둘이서 나눌 기미도 없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의 들뜨는 나들이 계획도 없이 혼자서 외출하기 아니면 잠만자기

씀씀이가 헤퍼서 말도 잘해서 밖에서는 스타같이 인기 있지만 집에서는 반 벙어리 자린고비에다 술 주정꾼

서방도 헌 서방이니 헐값에 드립니다.

사실은 빈 가슴에 바람 불고 눈 비 내리어 서방 팝니다 헐 값에 팝니다.

주정 거리듯 비틀 거리며 말은 하지만 가슴에는 싸한 아픔 눈물 번지고

허무감이 온 몸을 휘감고 돌아 빈 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서방 팝니다.

헌 서방 팝니다며 울먹 입니다.

흩어진 마음 구멍이 송송 뚫린듯한 빈 가슴을 두드리며 안으로만 빗질하며 울먹입니다.

 

 

각시도 팝니다.

 

각시를 팝니다.

헌 각시를 팝니다.

반 백 년쯤 함께 살아 단물은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껍데기는 아직 쓸만해 보이기는 합니다.

키는 5척이 조금 넘고 똥배라고는 하기에는 너무도 가슴이 아프지만 배꼽 찾기가 조금은 어려운 편입니다.

가끔은 화장실에서 나와서는 어지럽다고 합니다.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완전히 깡통입니다.

직장도 없으면서 돈은 나보다 더 씁니다.

낮에는 종일 퍼져 자는 것 같고 밤 늦게서야 잠 안자고 세탁기며 청소기 돌립니다.

깜찍한 눈웃음 한 번 애교스런 코맹맹이 소리도 이제는 듣기 조차 어렵고 눈만 마주치면 돈 타령입니다.

매일 출근때 마다 현관에서 뒷통수가 아립니다.

포옹이니 사랑놀이니 하던 예전 생각에 들쩍 지근한 볼 맞춤이라 한번 해줄라 치면 아랫배에 먼저 닿는 묵직함에 볼은 너무도 멉니다.

젖꼭지는 왜 아래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음악이며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이니 하는 것보다 백화점 바겐세일 하는 날짜 꼽는데 더 관심이 많습니다.

연애시절의 애교스러움이며 신혼 초야의 간지럼타는 척하는 내숭도 사라지고

생일이며 결혼기념일이라도 다가오면 며칠 전 부터 밖에 나가 밥 사달라 선물 사달라는 독촉기념일 일뿐

밥 상머리라도 앉을라치면 애교 띤 눈길로 반찬 골라 집어주는 것도 없이 옆집에 들여 온 새 가구며 아이들 과외비 타령입니다.

그저 내용없는 수다로 애들 친구네 엄마 험담이 우선합니다.

벌써 동네 아줌마들 다섯번씩은 돌아가며 다 씹혔습니다.

모처럼 분위기 한번 잡아볼라꼬 집에서 소주 한 잔이라도 부탁 할라치면 잔소리가 먼저 쏟아집니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모처럼 집에서 좀 쉴라치면 한쪽 구석에서 궁시렁대는 소리하며 부엌에서 설겆이하는 소리가 유별 납니다.

애들 학교 자모회 같은데는 안 빠지고 미시같이 옷 자랑 하는지 동네를 한바퀴 돌아 들어오면서 집에서는 북데기 보릿자루!

구멍난 서방 트레이닝복 바지에 내의도 없이 티셔츠만! 냉장고에는 엊저녁 김치사발이 뒤척임도 없이 그대로입니다.

각시도 헌 각시니 헐값에 드립니다.

사실은 빈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아 예전에 잊었던 애인될 뻔 했던 동창생이 그리워져서는 각시팝니다.

조금 싸게 팝니다.

평소 한대 콕 쥐어박아 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도로 죽음이!

괜히 가슴이 허전 하고 허무감이 온 몸을 휘감고 돌아 빈말인줄 뻔히 알면서도 각시팝니다.

하면서 허공에다 담배 연기에 섞어 흐트려봅니다.

아쉬운 마음 웬지 걱정이 더 앞설것만 같은 허전한 가슴을 쓸어 내리며 곪고 삭은 한숨을 내 쉽니다.

하지만 쓸어 안고 같이 넘어야할 인생 고갯길의 동반자라....앞서 한 말 모두 거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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