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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죽고 돈에 살고

가문의영광 2014. 5. 17. 15:45

세상의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돼 유통되는 느낌이다.

뉴스로 전해지는 세상사중 조금 복잡하다 싶으면 돈 문제로 얽혀있다.

부당거래, 절도, 사기, 배임, 횡령...

본래 돈이란 교환의 수단이라 돈을 받을 땐 뭔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얍삽한 방법으로 꿀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가를 치렀더라도 남의 것으로, 자기 권한을 남용해 치르다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걸 당한 사람으로서는 사기다.

 

힘이란 자기 보다 약한 사람을 위해 써야 온당한 것인데 

힘 있는 놈들은 내 배를 더 채우기 위해 그 힘을 사용하고

좀더 힘 있는 놈들은 오로지 자기를 위해 사회 시스템을 바꾸기도 한다.

법은 힘 있는 사람들이 만든다.

때론 주인이 특정되지 않은 공공 재산을 탐하기도 한다.

사람은 돈으로 연결돼 있고 돈을 따라 움직인다.

 

그놈들도 애초 공직에 들어갈 때는 청운의 꿈을 품고 의미있는 인생을 설계했을 텐데

자리가 거의 정점에 다달으니 돈으로 눈이 돌아가나 보다.

정권 말기만 되면 힘꽤나 쓰던 실세들이 하나씩 콩밥을 먹으러 들어간다.

시골에 살면서 간이 작아진 나같은 사람이 보기엔 

그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면 돈에 초월할 법도 한데 

법과 제도를 주무르다 보니 정의에 대한 개념도 모호해지나 보다.

어찌 봉황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으랴만 어쨌든 콩밥을 먹으러 가는 이들의 죄목이 

자기의 권한과 능력을 지나치게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예외가 없다.

 

시골에서 땅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에게는

어느 쪽이 여당이 되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삶의 질에 별 관계도 없고  

사회정의가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니 굳이 분개할 이유는 없다.

촌구석에서 혼자 씩씩거려봐야 저만 피곤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무 것도 보지 못한 듯 사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씨발 씨발....

 

                                                    뽕이다.

 

아무리 제도권에 속하지 않은 촌놈이라 해도 제도가 바뀌면 약간 불편하다.

수십년 간 여름철이면 아무 약국에나 들러 연고제를 사서 맛사지 하듯 아침 저녁으로 발랐는데  

의약분업이 이뤄진 뒤부터 의사 처방전이 없으면 주지 않으니 불편하다.

시골에는 피부과도 없는데 그거 받으려 시내까지 갔다 와야 하는 짜증이 밀려온다.

 

 

 

요즘엔 피부연고도 안 쓴다.

의사들 보기 싫어서 오기로 안 쓰는 게 아니라

요 몇년 사이 회춘했는지 피부병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돈 앞에선 사람들이 치열하다 못해 치졸해진다.

그러다 돈과의 싸움에서 패배하면 분개한다.

사람에게는 양심이란 게 있는데 어쩜 저럴 수 있을까 믿기지 않는 일이 많기도 하다.

돈이 많으면 더 벌고 싶어지고, 돈이 없으면 처참해지나 보다.

이상한 것은 돈이 많은 사람도 돈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고, 

돈이 없어도 돈에 대한 애증을 죽음으로 마무리 한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대주주 4명이 한꺼번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돈을 빌리다 빌리다 더 이상 빌릴 데가 없어 처자식이 빤히 보는 앞에서 

지하철에 뛰어 들어 목숨을 끊는 젊은 가장도 있다.

걸핏하면 죽는다.

인구가 줄어들면 개인별로 돌아가는 몫도 커지는 것이 당연한데

돈도 지들끼리 뭉치는지 중력에 끌리듯 그나마 있던 것까지 많은 놈의 금고로 쓸려갔나 보다.

 

돈의 목적이 죽음은 아닐 텐데

돈이 많은 놈도 돈 때문에 죽고, 돈이 없는 놈도 돈 때문에 죽는다.

돈, 돈, 돈.

돈이 사람을 돌게 만드나 보다.

 

죽음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돈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다.

이점에서 시골이 속 편한 곳이기는 하다.

시골 사람들의 몸엔 지갑이 없다.

농촌 사람들은 일터로 출근하는 길에 목을 옥죄는 넥타이 대신 땀을 닦을 수건을 걸치고

서류가방 대신 삽과 호미, 물병, 담배 이따구 물품들을 바리바리 챙겨든다.

땀에 절은 옷이지만 그 옷에는 큼직한 호주머니가 달려 있는데

주머니 속엔 지갑은 없다.

천원 짜리 한 장도 없다.

 

천원 짜리 한 장 없어도 집으로 되돌아 올 때까지 돈 쓸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돈은 주머니에만 없는 게 아니라 집에도 없다.

농협 통장도 달랑 달랑, 거기서 거기다. 

돈이 극도로 없는 경우인데 다행히 돈 때문에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없다.

 

  < 내것이 아니면 탐하지 말라. 쳐다 보지도 말자.... 우리 집 가풍.ㅋㅋ>

 

시골이 평화로운 것은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돈이 끼지 않기 때문일 게다.

사람 사이에 돈이 끼지 않는 것은 시골 사람들이 돈을 돌 보듯 멀리 해서가 아니고

피자, 치킨, 단란주점, 영화관, 백화점 따위의 유혹이 보이지 않아

돈에 절박한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시골도 돈이 없인 살기 힘들지만 도시인들 처럼 돈을 떠올리며 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돈을 생각하는 때는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일 년에 딱 두 번 정도 뿐이다.

봄에 농사 준비를 위해 땅에 들어갈 돈을 계산해야 하니 걱정이고,

가을에 수확해 들어온 돈을 헤아리느라 또 한 번 생각한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처럼 농산물을 만들어 낼 수는 없으니

생각해보나 마나 빤한 것을 그 중간중간에 돈에 대해 생각해 보는 놈은 진짜 촌놈이다.

 

그래서인지 귀농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매스컴에서도 적당히 부채질 한다.

나무 그늘 테이블에 아들 손자 둘러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는 모습을 비춰주거나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 산나물 야채로 전을 부쳐 먹고 담금주를 나눠 먹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비춰주면서 

귀농인들이 걱정없이 정만 나누며 사는 별천지 사람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그게 농촌의 일상으로 비춰질까 심히 염려된다.

 

농촌이 날마다 그렇게 세월아 내월아 희희낙낙 막걸리잔 기울이며 사는 곳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을 그렇지 않다.

물론 농촌에서도 소위 성공한 사람이 드물지만 있기는 있다.

농촌에서 돈 벌기는 도시 근로자의 돈 벌이 보다 훨씬 더 힘들다.

힘든 작업은 모두 기계가 한다지만 기계를 운행하는 것도 사람이고

농작업의 전부를 기계가 알아서 다 해주는 것도 아니라 들판의 작업은 어쨌든 힘들다.

농촌에서 이뤄지는 일 중 도시의 막노동처럼 육체노동이 아닌 것이 없다.

고로 힘들다. 

그 힘듦의 정도는 재배면적이 넓고 수확량이 많아질수록 커진다.

많이 번다면 그만큼 고생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TV 속 그 마을은 촬영을 위해 그리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농촌에서 기승전결이 있는 그럴싸한 그런 날은 1년 365일중 하루 있을까 말까 하다.

다람쥐 챗바퀴 마냥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해가 바뀌어도 변한 것 없이

한 계절의 일상이 아무 변화없이 똑같다.

날마다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전 부치고 국수 말아 먹으며 지낸다면

대체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농촌에서 먹고 놀기 위해 음식놀이 품앗이를 할 만한 젊은 할머니도 없을 뿐더러

그럴 시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에서 돈 때문에 세상을 비관해 죽는 사람이 없는 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용히 밥만 먹고 산다.

그들이 돈 쓸 곳을 생각하며 돈 벌 궁리를 할 때

오늘은 어느 쪽 밭을 맬까 마늘 캔 자리에 뭘 심을까 궁리하며 산다. 

그래도 하루를 금세 보내며 잘 산다.

아주 잘 산다.

 

        <나의 보약들. 오래 살라고... 사 먹지는 못하겠고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열매들 따서.... 

         뽕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서 오디 효소를 담갔다. 몸에 좋다니까..걍.....>

 

 


                                           in spite of everything